사고당한 오리와 그 곁을 지키던 오리

집앞에 산책로가 있어

어둑어둑해질때쯤

몇년 째 매일 조깅을 한다.

쿵쿵 두드리는 심장의 느낌이

힘들면서도 좋아서...

 

어둑해질때의 조깅은...

운이 좋으면 정말 예쁜 석양감상까지 

할 수 있어 1석2조에다가..

뜨거운 태양을 피해서 

자유롭게 뛸 수 있는 딱 좋은 타이밍이다.

 

오늘도 앞만 보며 열심히 조깅중...

삼거리 작은 도로에서

오리 한마리가 교통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즉사해 쓰러져 있었고...

그 옆을 지키고 있는 

다른 오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 오리는....

어디 가지도 않고 

쓰러져 있는 오리 곁을 지키고 있었다.

 

지나가던 동네 분이

집에서 삽을 들고와서..

쓰러진 오리를

주변 큰 나무 밑으로 옮겨 내려놓았는데..

지키고 있던 그 오리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 도로 한가운데 그대로 얼어있었다..

그 분과 나는 죽은 오리가 있는 곳으로

그 오리를 몰아주었지만,

어리둥절 계속 방황하며 

죽은 오리를 찾아 헤맸던 오리........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것일까...

친구...아님 부부..?

둘이 함께 있다가 한 마리가 사고 당한 걸 보면

둘은 잉꼬부부가 아니었을까....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죽은 오리의 곁을 끝까지 지키던 오리를 보니

오리에게도....

있는 이러한 로열티와 신의, 우정...사랑..

그리고, 갑자기 닥친 크나큰 상실감을

오리는 어떻게 극복해내야 하는걸까...

마음이 아프고도 무거웠다...

죽은 오리 곁을 지키고 있던 사고가 나있던 삼거리( 죽은 오리를 안전한 곳에 옮겨준 후 찍은 사진)

 

여전히 아무데도 가지 않고, 트라우마에 정신을 잃어 보이는 방황하는 오리😥

 

낭떨어지까지 가서 죽은 오리를 찾고 있는 모습

 

(해가 이미 거의 넘어가서 화질이 😥)